국민 세금 248억 원, ‘창고 속 콘텐츠’ 현실… 왜 방영되지 못할까?
콘텐츠 제작 지원, 기대와 현실의 간극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질 높은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며 우리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콘진원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258편의 방송영상콘텐츠 중 무려 104편, 즉 40% 이상이 완성 후에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지 못한 채 ‘창고 신세’가 된 것입니다.
미방영 콘텐츠, 세금 낭비 논란
“국민 세금 248억 원이 묶여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완성 후 방영되지 못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투입된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완성작의 50.8%가, 2023년에는 39.1%가 아직 편성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지원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에서 방영 경로 확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음을 시사합니다. 무엇보다 시청자와 직접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콘텐츠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큐멘터리가 가장 높은 미방영률… 무엇이 문제인가?
장르별 현황은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전체 완성작 중 다큐멘터리의 미방영률이 52.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드라마(29.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방송사 편성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반드시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익적 가치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굳건한 편성 경쟁 속에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비주류 장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콘텐츠 제작 지원, ‘지원’을 넘어 ‘성공’으로
국민 세금으로 제작된 영상 콘텐츠가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제작 단계까지만 지원하는 것을 넘어, 완성된 콘텐츠가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유통 및 방영까지 연계하는 시스템 강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1. 편성 연계 강화 및 사업 다각화
제작 지원 사업 선정 단계부터 방영 가능성, 유통 전략 등을 면밀히 평가하고, 지원 사업 이후 방송사와의 협력 채널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OTT 플랫폼, 온라인 채널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이러한 플랫폼과의 연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다큐멘터리와 같이 편성 확보가 어려운 장르에 대해서는 별도의 유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 시장 수요 예측 및 기획 단계 지원
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부터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를 분석하고, 제작사가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작정 제작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어떤 플랫폼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세금 낭비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3. 성과 측정 및 환류 시스템 구축
지원받은 콘텐츠의 방영 현황, 시청률, 화제성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 사업의 효과를 평가하고, 사업 방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종류의 콘텐츠가 성공 가능성이 높았는지, 어떤 지원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등을 파악하여 향후 사업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제대로 된’ 지원이 답이다
콘텐츠 제작 지원은 단순한 예산 투입이 아닌, 우리 문화 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창고 속 콘텐츠’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완성된 콘텐츠가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문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